기사검색

비만과 우울

가 -가 +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6/09/19 [13:10]

▲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   

[사례 1]

46세 여자환자 A씨는 키 160cm에 체중이 80kg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당시 48kg 였던 체중이 이렇게까지 늘어난 것이 심리적으로 괴롭고, 허리둘레 35인치로 복부비만이 심하며 수축기 혈압이 170mmHg 이상으로 측정되어 외래로 방문하였습니다. 20대 초반에 결혼하였으나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하였고 이로 인한 우울증이 심하여 오랜 기간 우울증약을 복용한 병력이 있으며, 현재의 남편과 재혼하여 9, 11세의 아이 둘을 현재 키우고 있습니다. “몸에 열이 많다고 들었어요 실제로도 더위를 못참아요” 라고 말하는 A씨는 냉커피와 간식으로 케이크를 즐기며, 밥보다는 파스타와 같은 면 종류를 즐기는 식습관을 갖고 있습니다.

 

[사례 2]

25세 남성 B씨는 키 183cm에 체중이 115kg입니다. 젊을 때부터 체중이 많이 나가는 편이었지만 90kg 정도에서 유지되고 있었던 체중이 크게 늘어나게 된 계기는 군 제대 후 교통사고로 인한 골절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활동량이 감소하고 식사량이 늘어나면서부터입니다. 정상인 생활로 돌아오기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지만 수술 부위에 다시 골절이 일어나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차 우울감이 많아져서 이전에 시도했던 운동도 모두 중단하고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습니다. 혼자 있다보면 식사 시간을 놓치거나 간편식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고 산책을 나가도 골절로 다쳤던 다리가 시큰거려서 곧 돌아와서 누워버리고 맙니다.

 

우울증이나 비만은 공중보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입니다. 둘 다 유병률이 높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심혈관질환을 높이는 인자이기 때문에 우울증과 비만의 관련성은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는 문제로 생각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비만을 주로 보는 의사들과 우울증을 주로 보는 의사들이 각자의 질환에 집중하고 있어서, 두 가지가 공존하는 경우에 다른 한쪽을 가볍게 여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비만은 에너지 섭취가 소모를 능가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인데, 스트레스가 에너지 대사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는 어려워서 연구가 거의 없고, 스트레스에 의해 음식섭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회심리적 스트레스와 비만의 연관성을 조사한 30여개의 연구들을 종합하였을 때 스트레스는 비만과 유의한 연관성이 있었고 이러한 연관성은 남자에게서 더 뚜렷하였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또한 서로가 우울증과 비만 양쪽의 관련성도 제시된 바 있는데, 비만자에서는 우울증 발병 위험이 55% 높아지고 우울증환자에서는 비만이 될 위험이 58% 높아졌음을 보고한 바 있습니다.

 

비만은 일종의 염증상태로 간주되지만 염증은 우울증 위험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마른 몸매는 우리나라는 물론 서양에서도 이상적인 미의 기준으로 생각되고 있어 과체중과 비만은 신체에 미치는 불만과 자신감 결여로 이어져 우울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반대로 우울증은 항우울제의 부작용과 내분비계의 이상을 거쳐 지속적으로 체중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체중증가는 우울증의 장기적인 영향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의사는 우울증 환자의 체중을 관찰해야 한다. 또 과체중이나 비만한 환자는 기분 상태까지도 관찰해야 한다. 이러한 대책은 위험자의 예방, 조기발견, 상호치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양쪽 질환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결론내리고 있습니다.

 

‘스트레스성 섭식’이란 공복감을 느껴서 영양섭취를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스트레스에 반응하여 음식을 먹는 행위를 말합니다. 스트레스성 음식 섭취와 체중 증가에 대한 연구들에 의하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음식 섭취가 줄어드는 비율과 섭취가 증가하는 비율이 비슷하기 때문에 약 40% 정도는 체중이 증가하고 반면 40% 정도는 체중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스트레스 때문에 모두가 살이 찐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스트레스는 식사 패턴에 나쁜 영향을 주어 식사를 거르거나 폭식을 유발하고 패스트푸드나 고열량의 간식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준다는 내용의 연구들이 많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즉 부정적인 감정변화를 동반하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선택하는 음식들은 쉽게 준비해서 섭취할 수 있고 열량과 탄수화물의 함량이 높은 소위 “comfort food”라는 것입니다.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고칼로리의 단음식이나 지방섭취의 증가는 주로 비만한 여성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식품을 선택함으로써 부정적인 감정과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을 경험한 후 반복되는 행동을 통해 학습이 되고 이는 결국 체중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사례 1의 중년 여성은 단순히 식이 섭취량을 제한하는 것만으로 지속적인 체중감량을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본인이 믿고 있는 것을 하나씩 확인시켜주고 정신건강을 함께 개선해나가기 위한 목표를 세워보았습니다. 즉 “열이 많은 체질이 비만과 상관없음”을 확인하기 위해 갑상선 기능을 포함한 여러 가지 혈액검사 지표들이 정상 범위에 있음을 보여주었고, 탄수화물이 많은 식단을 개선하기 위해 영양사와의 상담을 병행하였으며, 냉커피나 달콤한 간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특별히 기분이 더 나빠지지 않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하였습니다.

 

또한 자녀들이 학교에 가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에 친구들과의 사회생활을 권유하여 외부신체활동량을 늘리는 전략을 통해 3개월간 7kg 정도의 체중 감량을 이루었는데, 이를 통해 예전에 복용하던 우울증 약 복용을 중단하고도 기분이 저하되지 않는 것을 경험한 이후 “비만 클리닉을 더 오지 않아도 계속 체중을 감소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면서 밝은 표정으로 마지막 외래를 다녀가게 되었습니다.

 

사례 2의 젊은 남성도 억지로 운동을 시키면 골절로 인한 수술 부위에 통증이 더 강해지는 경험이 있고 두 번의 골절로 한창 활동이 많을 나이에 집에만 있어야 하는 기간이 1년이 넘어가면서 우울감이 높아졌기 때문에, 단순히 식사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체중 감량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먼저 식사욕구를 저해하는 항우울제인 ‘부프로피온’을 복용하게 하여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자전거를 하루에 30분씩 타는 것을 권유하였는데 뜻밖에 운동으로 인해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3개월간 15kg의 체중감량을 경험한 후 스스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였고 다시 3개월 후 찾아왔을 때는 6kg이 추가로 감량되어 있었는데, 비록 여전히 비만한 체형이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의 몸을 되찾았다는 만족감으로 인해 현재의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체중 감량은 천천히 지속하기로 한 사례입니다.

 

비만은 유전적인 요인과 다양한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우울증과 스트레스가 이러한 요인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많이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둘은 서로 중복되는 부분이 있고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시간적인 순서를 파악하기 보다는 비만과 우울감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 고려하고 동시에 해결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효과적인 치료에 다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맨위로

Copyright ⓒ 후생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