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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신년특집] 병원계, 첨단장비로 암 정복한다 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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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기 기자
기사입력 2026/01/13 [11:58]

목차

1. 최신 양성자 치료 기술 도입 선도  -  국립암센터

2. 양성자 치료 10년, ‘암 치료’의 새 지평 열다  -  삼성서울병원

3. 세계 최초 회전형치료기 운영 ‘눈앞’  -  연세의료원

4. 중입자 치료의 한국형 표준 모델 구축 선도 -  서울대병원

5. 중입자 치료기 도입, 난치성 암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  -  서울아산병원

6. ‘입자 치료 지형도’ 바꾼다…글로벌 암치료 허브 위상 제고 -  서울성모병원

7. 양성자치료기 도입…차세대 암치료 혁신 주도 -  고대의료원

8. 호남·서해안권 최초 양성자 치료센터 구축 -  원광대병원

9. ‘기술 경쟁’ 넘어 올바른 의료체계 구축 시급 -  윤병기 기자

 

 

 

9. ‘기술 경쟁’ 넘어 올바른 의료체계 구축 시급

 

국내 의료계에 중입자·양성자 치료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부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치료시설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난치성 암 치료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지만, 고가 장비 도입 경쟁을 넘어 환자 중심의 합리적 의료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입자·양성자 치료는 기존 X선 방사선치료에 비해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종양에 고선량을 집중할 수 있는 첨단 방사선치료 기술이다. 특히 중입자 치료는 생물학적 효과가 높아 방사선 저항성이 강한 암에서도 치료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일본과 독일 등에서는 제한된 적응증을 중심으로 공공의료체계 내에서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양성자 치료는 이미 일부 의료기관에서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중입자 치료 시설 도입을 추진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암 치료 선택지를 확대하고 의료기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문제는 도입 속도에 비해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의료적 기준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선 가장 큰 쟁점은 ‘적정 환자 선정’이다. 중입자·양성자 치료는 모든 암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가 아니라, 특정 암종과 병기에서 명확한 임상적 이점이 입증된 경우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고가 장비 도입 이후 병원 경영 논리나 환자 선호에 따라 치료 적응증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의료자원의 비효율적 사용과 환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비용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중입자 치료 시설 구축에는 수천억 원이 소요되며, 치료비 역시 기존 방사선치료보다 현저히 높다.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환자 본인부담이 과도해질 경우, 의료 접근성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고가 치료가 ‘최선의 치료’로 인식되면서 불필요한 의료 소비를 부추길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 인력과 치료 질 관리 역시 중요한 과제다. 중입자·양성자 치료는 고도의 물리학·의학적 전문성을 요구하는 치료로,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뿐만 아니라 의학물리학자, 방사선사, 엔지니어 등 다학제 인력의 숙련된 협업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장비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치료 성과를 담보할 수 없으며, 표준화된 교육·훈련 체계와 엄격한 질 관리 시스템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중입자·양성자 치료가 국가 암 치료 체계 안에서 ‘보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존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와의 적절한 조합 속에서 환자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치료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적응증 가이드라인 마련과 치료 성과에 대한 체계적인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

 

아울러 권역별 역할 분담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모든 지역에 중입자·양성자 치료 시설을 설치하는 방식보다는, 권역별 거점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고난도 치료를 집중화하고, 진료 의뢰·회송 체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의료자원의 중복 투자를 막고, 치료의 질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중입자·양성자 치료는 분명 암 치료의 중요한 진전이지만, 기술 도입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환자에게 실질적인 임상적 이득이 있는 경우에 적절히 활용될 수 있도록 의료체계 전반의 기준과 관리 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중입자·양성자 치료 도입은 이제 ‘확산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장비를 보유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합리적이고 공정한 의료체계 안에서 환자 중심으로 활용되는지가 그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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