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신보】 정부가 추진해 온 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 큰 분수령을 맞았다.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지역의사 양성법 제정을 포함한 보건복지부 소관 16개 법률안이 일괄 통과되면서 의료인력 구조 개편, 진료 접근성 확대, 의료안전망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종합 패키지’가 마련된 것이다. 이번 법안들은 단편적 제도 보완을 넘어 의료공급 체계 전반의 패러다임을 재편할 수 있는 근거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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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사 법 제정… 공급 불균형 구조적 해소 ‘첫 단추’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은 그간 논란이 반복되어 온 지역의료 격차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해법이다. 법은 지역의사를 복무형과 계약형으로 구분하고, 지역 의료기관에서 일정 기간 종사할 의무 규정을 명문화했다.
복무형 지역의사는 선발·양성·의무복무라는 국가 인력 정책의 틀 안에서 움직이며, 지방 중소도시·농어촌 등 필수의료 공백지 해소에 투입된다. 계약형 지역의사는 전문의 중심의 단기 인력난 완충 장치로 기능한다. 이는 단순히 의대 증원 논쟁을 넘어, 국가가 지역 의료인력 배치 체계 전반을 실질적으로 설계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의무복무형 인력의 실제 배치 효과, 지역 병원 인프라 개선과의 연동, 장기적 유인책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영역인 만큼, 제도 시행과 병행한 정주환경 개선·보상체계 합리화 등이 병렬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대면진료 법제화… 코로나 시범사업 6년 만에 ‘정식 의료행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급속히 확산한 비대면진료가 드디어 법적 지위를 갖추었다. 의료법 개정안은 비대면진료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이용자 편리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비대면진료의 기본 구조·의료기관 요건·대면진료와의 연계 방식 등을 하위법령에서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둘째는 마약류 의약품 처방 시 DUR 확인 의무를 부과해 오·남용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점이다.
특히 의료계가 우려해 온 재진·초진 구분, 대형 플랫폼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 문제,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등은 향후 시행령·고시 과정에서 치열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제도화는 국민 접근성 제고, 만성질환 관리 효율화, 도서·산간 지역 의료취약층 보호 측면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이다.
의료기기 유통 구조 개편… ‘특수관계 납품’ 차단
개정 의료기기법은 오랜 기간 지적돼 온 의료기기 유통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다. 2촌 이내 친족 등 특수관계 의료기관에 대한 우회 판매를 금지하고, 특수관계 의료기관 현황 보고와 주기적 실태조사를 의무화했다.
아울러 판매업자등이 특수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의 현황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하며,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기기 판매질서에 관한 실태 조사를 3년마다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도록 하였다.
이번 개정으로 의료기기의 중간 유통단계에서 의료기관에 납품을 전담하는 업체에 의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막고, 의료기기 유통 질서 건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공의 연속 근무 24시간 제한… 노동·안전 문제 개선 ‘시동’
전공의 근무환경 문제는 오래전부터 의료계의 구조적 병폐로 비판돼 왔다. 이번 수련환경 개선법 개정은 연속 근무시간을 24시간으로 제한하고, 응급상황에서도 28시간을 넘기지 못하도록 명시해 과로·진료 오류 위험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전공의 대표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고, 성차별 금지·모성보호 규정 적용을 신설하는 등 권익 보호 조항도 대폭 확대됐다. 의료사고 발생 시 수련병원이 전공의에게 법률 지원을 제공할 근거가 포함된 점은 현장의 심리적 부담을 상당 부분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에 따라 실제로 환자 진료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 병원 인력 재편과 PA 인력 활용 논쟁 등이 향후 병행 논의가 필요한 과제로 남는다.
응급의료 폭행 처벌 강화… ‘응급실 밖’까지 보호 범위 확대
응급의료 종사자 폭행 처벌 규정은 최근 전국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응급실 난동·폭력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상담’행위까지 방해금지 범위에 포함해 의료진의 초기 평가 과정부터 법적 보호를 적용하도록 했으며, 처벌 적용 장소도 ‘응급실 외 응급의료가 이루어지는 모든 장소’로 확대됐다.
이는 응급의료인의 신체적·정신적 안전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진전이며, 폭행 발생 시 의료기관장의 보호조치 의무까지 부여함으로써 기관 책임도 강화됐다.
이번 16개 법률안 패키지는 지역의료 강화, 인력 지원, 기술 기반 진료 확장, 안전망 강화라는 정부 핵심 국정과제의 법적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의료개혁 1단계’에 해당한다.
앞으로는 지역의사제의 실효성, 비대면진료 플랫폼 규제, 전공의 노동구조 개편, 응급의료 안전망 강화 등 각 제도의 ‘현장 적용력’이 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정부는 관련 하위법령을 신속히 정비해 제도 시행의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의료계와의 협의 과정이 향후 정책 추진 속도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