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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구병원, 하루 24시간 응급실 불 밝히다

20년 짧은 역사 불구 외과의만 14명…사명감 갖고 적극 지원한 덕분
의료진 해외 연수 프로그램 등 메리트 한몫…政 차원 지원은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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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중 기자
기사입력 2021/04/05 [06:00]

 

【후생신보】“전국에서 치질 수술을 위해 찾는 유명한 병원입니다, 응급수술도 잘 하구요”

 

최근 대구 구병원(원장 구자일, 이하 구병원) 방문을 위해 서울에서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서 내렸다. 택시를 탄 후 오십대 후반 또는 60초 초반 쯤으로 보이는 기사님께 “구병원 부탁드립니다. 근데 궁금해서 그러는데 구병원 어떤 병원입니까?”라고 묻자 주저 없이 돌아온 답이다.

 

20년이라는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구병원은 대장․항문 전문병원으로 우뚝 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료진들에 대한 실적 부담은 쏙 빼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했고 여기에, 대구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24시간 불을 밝히며 응급수술에 전념하고 있는 덕분이다.

 

이번 구병원은 대한외과학회(이사장 이우용, 삼성서울병원)가 추천한 ‘필수의료 책임지는 지방 외과병원을 가다’의 ‘진주 제일병원’에 이은 두 번째 주자다.

 

구자일 병원장은 “감계무량하다. 지역병원을 이렇게 찾아주셔서…”라고 말했고 이우용 이사장은 “지역 필수․응급 의료를 책임지고 계서 감사하고 자랑스럽다”고 화답했다.

 

스케줄 표에 빈 날이 없을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 중임에도 불구하고 구병원 방문에도 함께 했던 이우용 이사장. 이 이사장은 “지역 중소병원이 살아야 대한민국 의료가 살 수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 필수․응급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병원이 있다면 어디든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장항문 특성화 개원 전략 '적중'

 

구병원은 지난 1991년 구외과의원으로 처음 문을 열렸다. 당시의 외과 개원은 기대보다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서울에서도 힘들다는 개원을 대구에서 하려 했으니 그 우려가 어떠했는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해 보인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구자일 원장은 대장․항문 질환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전공의 시절 치질 환자들이 많았는데 자신도 완성도 높은 치질수술을 해 보고 싶어서였다.

 

대장․항문 특성화 전략은 적중했다. 개원과 함께 구외과의원은 쑥쑥 성장, 5년 후인 96년엔 의료법인으로 거듭났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마취과 등 11개 진료과 211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으로 성장한 것. 외과 전문의 14명을 비롯해 34명의 의료진이 구병원과 함께 하고 있다.

 

이후 경제 위기에 잠시 주춤했지만 구병원은 지금까지 서울에서도 찾는 대장․항문 전문병원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수술과 실적으로 말하다…해외로 술기 전수도

 

대장항문 분야 구병원 수술 실적은 가히 독보적이다. 서울에서도 치질 수술을 받기 위해 찾는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 서울 뿐 아니라 해외서도 수술을 받기 위해 찾는 경우가 없지 않다는 게 구자일 병원장의 전언이다.

 

구병원의 대장항문 수술 건수는 6,000례 이상으로 누적 수술 건수는 10만 례를 돌파한 지 오래.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지난해에도 6,300여 건을 진행했다. 그 한해 전인 2019년에는 7,000건을 넘겼다.

 

위․대장 내시경 검사 건수도 상당하다. 2000년부터 내시경을 시작했고 연간 건수는 대장내시경이 2만 건, 위 내시경 3만 건 정도다.

 

수술, 검사 건수와 함께 구병원의 또 하나의 숨겨진 모습이 있다. 해외 의료진들에게 우리나라의 우수한 술기를 전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환자 뿐 아니라 의료진들도 해외에서 연수를 받으러 구병원을 찾고 있다. 지금까지 구병원을 거쳐 간 해외 의료진들만 일본, 대만 등 18개국 수백 명에 이른다.

 

이들 해외 의료진들이 구병원을 방문, 배우는 술기는 ‘원형자동봉합기(PPH)’를 활용한 치질수술. 구병원의 스타일이 반영 ‘구병원 방식’으로 불리는 이 수술법은 기존 수술에 비해 통증은 적고 치료 기간도 짧다. 무엇보다 재발 확률도 낮아 치질 수술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게 구 원장의 설명.

 

 대학병원도 꺼리는 염증성 장질환도 진료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대표되는 염증성 장질환 분야에서도 구병원의 활약은 뛰어나다. 염증성 장질환은 잦은 수술과 지난한 관찰이 필요해 다수 대학병원들도 기피하는 질환이지만 구병원은 오히려 더 적극적이다. 외과가 강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치료한 환자만 크론병원의 경우 500명, 궤양성 대장염은 2,000명에 달한다. 이를 기반으로 대학병원 의료진과 공동으로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치질 수술은 물론이고 PPH 활용 치질 수술 해외 전수 나아가, 대학병원과 협력해 국제학회에 논문을 발표하는 중소병원으로써 결코 쉽지 않은 길을 뒤돌아보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구자일 병원장은 “개원의도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일해 왔다”며 “여러 성과는 이 같은 흔들림 없는 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초응급수술 하는 병원 많아야…24시간 불 밝히는 이유

 

“대학은 암과 같은 고난위도 질환을 담당하고 초응급 수술을 할 수 있는 (중소)병원도 많아야 한다”

 

구자일 병원장은 “우리는 장폐색, 복막염, 장파열 등 촌각을 다투는 수술을 바로 진행하고 있다. 이게 바로 중소병원의 존재 이유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학병원 등과 달리 촌각을 다투는 환자 치료를 위해 구병원은, 전문의가 24시간 대기하며 바로 수술이 가능한 응급실을 운영 중이다. 무엇보다, 외과병원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한 이유도 크다.

 

사실, 응급실 운영에 대한 구자일 병원장의 애착은 지난 2010년 하반기 강하게 솟구쳤다. 대구에서 4세 여아가 장중첩으로 사망한 일이 발생한 것. 이 여아는 대구지역 주요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응급실을 전전했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고 끝내 사망했다.

 

구병원도 당시 응급실을 운영 중 이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구병원은 찾지 않았다고 구자일 병원장은 자책했다. 이후 구병원은 지역 응급의료기관, 응급수술 지정병원 등에 지정되는데 이는 당시 여아 사망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난위도가 매우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구병원이 야간 및 공휴일에 진행하는 응급 수술 건수를 보면 구병원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있다.

 

구병원 측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급성충수염 257건, 담낭염 44건, 복막염 18건 등 총 423건의 응급수술이 진행됐다. 야간, 공휴일에 진행된 응급수술 건수로 여기에 평일 응급수술까지 포함한다면 전체 응급수술 건수는 1,000건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구 병원장의 설명이다.

 

응급실 운영은 타 병원보다 한결 수월하다. 야간, 휴가 중에도 전화만 하면 언제나 흔쾌히 달려와 주는 14명의 외과 전문의가 떡 하니 버티고 있어서다. 정진석 진료부원장과 같이 다수 의료진이 구 병원장의 마음을 미리 알고, 오히려 나나서 응급수술 당직을 자청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선의 진료가 최상의 경영’ 신념

 

정진석 진료부원장과 같은 마음 씀씀이는 모두 구 병원장의 배려에 근거하고 있다. 먼저 의사들에 대한 병원의 실적 압박이 전무하다. 늘 환자 치료가 먼저였고 비용은 뒷전이었다.

 

“우리는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함에 있어서 한 번도 돈을 본 적이 없다” 구병원의 경영철학이다.

 

구자일 병원장은 “내가 의사들에게 실적을 강요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최선의 진료가 최상의 경영이라는 신념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학회의 의료진 연수 프로그램도 구병원이 가진 ‘달란트’ 중 하나다. 구 병원장은 매년 가까운 아시아에서부터 멀리 유럽까지 해외에서 진행되는 다수 관련 학회에 의사 2~3명을 보내고 있다. 물론, 일체 비용은 모두 병원 부담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학회에 참석한 의사는 없었다. 술기 발전을 위한 아낌없는 투자가 의사와 환자 나아가, 병원 모두에게 선순환 구조를 이뤄내고 있는 모습이다.

 

덕분에 구병원의 의사 구인난은 남의 집 얘기고 의사들(부원장급)의 근속 연수 또한 20년 이상이다. 의사 다수의 근속 연수 또한 10년 이상이다.

 

“응급실 운영, 고민 없지 않다”

 

▲ 구자일 병원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병원 또한 지속적은 응급실 운영에 부담이 없지 않다. 현행 제도 하에서 공휴일이나 야간 응급 수술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현실이기 때문. 구병원 또한 적은 마진을 고스란히 응급실 운영에 쏟아 붙고 있다.

 

구자일 병원장은 “응급수술을 외과 병원의 소임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수가들 더 올려 달라는 게 아니라 노력한 만큼의 비용을 달라고 하는 것인데 언제까지 이런 상태가 지속될지, 머잖아 임계점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구자일 병원장은 우려했다.

 

구자일 병원장은 “저는 한 달에 100명 정도 수술하고 수술 전․후에는 사진을 찍어 환자에게 보여주고 있다”며 “솔선수범해서 수술하니 말을 안 해도 (직원들) 따라하겠죠(웃음)”라며 직원들에 대한 희망의 끈만은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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