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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증상을 동반한 우울증 환자에 있어서 둘록세틴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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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생신보
기사입력 2020/05/11 [09:01]

▲ 성형모 교수(순천향대구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지역사회와 임상현장에서 우울장애는 가장 흔한 정신질환 중 하나이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주요우울장애의 경우 우리나라에서의 유병률이 약 3~5% 정도로 보고되고 있으며, 평생유병률은 대략 16%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정신 건강 연맹 (World Federation for Mental Health)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 세계에서 약 3억 5천만 명 이상이 우울장애를 앓고 있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은 2010년을 기준으로 210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2004년 질병부담(Burden of disease) 연구를 통해 세계보건기구(WHO)는 단극성우울장애가 허혈성 심질환이나 뇌혈관질환,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COPD)보다 높은 4위를 차지한 것으로 발표하면서, 2030년에는 우울장애가 질병부담이 가장 큰 질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주요우울장애를 가진 환자의 경우 급성심근경색을 앓았던 사람들보다 낮은 삶의 질을 보고하고 있으며, 자살과의 연관성, 경제적인 부담, 만성적인 경과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주요우울장애는 개인의 삶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임을 감안할 때, 우울증은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를 요하는 정신질환임이 분명하다.

 

국내 자살관련 연구에서도 자살시도의 대부분이 우울증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만큼 우울증의 적절한 선별과 진단, 치료는 개인 및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우울증의 다양한 증상들 중 신체증상이 가지는 중요성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 제5판(DSM-5)에는 주요우울장애를 진단하기 위한 9가지의 대표적인 우울증상들을 제시하고 있고, 우울장애를 진단하는 것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객관적으로 관찰되는 증상을 기초로 하여 임상가가 DSM-5의 진단기준에 따라 진단을 하게 된다. 우울증의 증상 매우 단순한 것으로 보일 수 있고, 이를 조합하여 진단을 내리는 일련의 진단과정 역시 단순하고 쉬운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임상가의 주관적 판단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만큼 실제 우울증의 진단은 오히려 매우 복잡하고 세밀한 과정을 요구한다.

 

DSM-5에 나열된 9가지의 우울증상은 진단에 있어 특이도 및 민감도가 가장 우수한 대표적인 9가지 증상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며, 실제 우울증상 이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다. 우울증상은 크게 기분증상, 인지증상, 정신운동증상, 생장증상 등으로 구분을 할 수 있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우울감이나 슬픈 기분, 무쾌감증, 무감동,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 감정적 둔마 등의 증상은 우울증의 가장 핵심적인 증상인 기분증상에 속한다. 인지증상에는 집중력과 주의력의 저하, 부정적 사고, 죄책감, 자살사고,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사고 등이 있으며, 자신과 미래, 세상에 대한 부정적 사고를 의미하는 우울증의 특징적인 증상인 인지삼제(cognitive triad)도 역시 대표적인 인지증상에 포함된다.

 

신체활동 및 정신적, 감정적 활성 정도의 변화를 나타내는 정신운동증상에는 정신운동초조와 정신운동 지연으로 구분한다. 생장증상(vegitative symptom)에는 우울증상들 중 가장 생물학적인 증상들이 속하는데, 식사장애와 성기능 장애, 동기 및 에너지의 변화 등이 있으며, 수면장애와 통증, 피로감, 신체적 불편감 등의 다양한 신체증상들도 여기에 포함이 된다. 우울증의 원인 및 항우울제의 치료기전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신경생물학적 가설인 단가아민가설(monoamine theory)에 따라 우울증상을 구분해볼 수도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과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에 연관된 우울증상을 구분하여 나열하면 그림 1과 같다.

▲ 그림 1. 신경전달물질에 따른 대표적인 우울증상들


피로감, 통증 등의 신체증상은 우울증 환자의 약 80%정도에서 나타나는데, 일차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우울증환자들의 경우에는 우울감보다 신체증상을 더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때문에 우울증의 진단과 치료가 늦어져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흔히 나타난다.

 

일부 연구에서는 우울감 없이 신체증상 만을 호소한 경우가 전체 우울증환자의 2/3정도였고, 일차의료기관을 내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는 우울증 환자의 69%에서 의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다수의 통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에서 국내 주요우울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의 90%정도에서 호흡곤란과 신체 통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통증 중에는 두통이 가장 흔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우울증의 증상 정도가 심해질수록 더 다양한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확인 되었고, 한국인들의 경우 우울증상 중 기분증상보다는 오히려 신체증상을 더 많이 인지하고 호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양한 항우울제 및 치료방법들이 개발되면서 우울증의 치료가 이전보다는 훨씬 용이해졌고, 치료효과와 안정성에 있어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치료목표의 변화다. 증상의 50%이상의 감소를 주요한 목표로 설정하고 치료하던 이전 시대와는 달리, 현재까지도 우울증의 치료에 있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항우울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SRI)가 보편적으로 사용된 이후, 1990년대까지는 대체로 우울증상의 제거를 목표로 하는 증상적 관해(symptomatic remission)가 치료목표가 되었다. 하지만, 다양한 임상연구들을 통해 증상의 관해가 된 환자들이 일상이나 직업에서의 기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부터는 기능의 완전한 회복을 의미하는 보다 높은 단계의 치료목표인 기능적 관해(functional remission)가 치료의 목표가 되고 있다.

 

항우울제의 치료효과에 관한 많은 연구들의 결과를 종합해보면, 여러 단계의 약물치료를 통해 주요우울장애 환자들이 기능적 관해에까지 도달하는 경우는 대략 30%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렇게 기능적 관해률이 낮은 것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일반적인 항우울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일부 증상들 및 우울증상이 치료된 이후에도 환자의 기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잔류증상들이 가장 중요한 요인들로 제시되었으며, 통증을 포함한 다양한 신체증상들이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가장 대표적인 잔류증상이다.

 

우울증에서 보이는 여러가지 신체증상들 가운데 치료 반응 정도나 예후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가장 많이 연구가 이루지 것은 통증이다. 최근에는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통증을 ‘paniful physical symptom(PPS)' 혹은 ’painful somatic symptom(PSS)'이라고 하며, 여기에는 의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은 두통, 관절통이나 복통, 흉부나 목 혹은 어깨 통증 등이 포함된다. 우울증에서 보이는 이런 통증과 신체증상은 직접적으로 항우울제 등의 치료 효과를 떨어뜨리고, 결국 치료 예후와 환자의 삶의질은 나빠지게 되며, 질병부담을 증가시키게 된다.

 

Fava 등의 연구에 따르면 PSS를 가진 환자에서의 치료반응률은 PSS가 없는 환자들에 비해 2배 이상 낮으며, Bair 등은 이런 잔류증상을 가진 환자들은 76%가 10개월 이내에 재발을 경험하게 되고, 잔류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94%는 신체증상을 지속적으로 호소한다고 보고하였다. 또 다른 대표적인 신체증상으로는 피로(fatigue)를 들 수 있다. 통증과 마찬가지로 항우울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고, 우울증이 치료가 된 후에도 잔류증상으로 계속 지속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피로감이나 에너지의 감소는 주요우울장애 환자의 94%에서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으며, 전 유럽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들 중 73%가 경험하는 매우 흔한 증상으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비율과 비슷한 정도를 보였다고 한다. 따라서, 신체증상을 동반하는 우울증의 경우 일반적인 우울증상 뿐 아니라 신체증상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신체증상에 대한 둘록세틴의 효과

 

그림 1에 제시된 것처럼 피로와 통증이 노르에피네프린과 관련된 증상일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지만,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많은 신체증상들이 어떤 신경생물학적 병태생리를 통해 연결되어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통증은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는 많은 연구들을 통해 노르에피네프린이 병태생리에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가설이 제시되고 있는데, 말초에서 중추신경으로 통증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노르에피네프린이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통증에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가설은 임상연구를 통해서도 확인이 되는데, 만성적인 신체통증이나, 신경병성 통증 등이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SRI)에는 반응하지 않지만, 노르에피네프린에 작용하는 삼환계 항우울제(TCA)나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차단제(SNRI)를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통증이 조절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SNRI는 우울증의 치료이외에도 당뇨병성 신경통을 포함한 다양한 신경병성 통증, 섬유근육통, 관절염과 같은 만성 근골격계 통증에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우울증의 신체증상들 중에서 약물치료 연구가 가장 많이 이루어졌고, 비교적 일관된 결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통증이다. 이번 논의의 주된 관심사인 둘록세틴의 효과와 관련해서도 통증이 가장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번 논의는 PPS에 주로 초점을 맞추어 기술하고자 한다.

 

둘록세틴(Duloxetine)은 대표적인 SNRI 중 하나로, 신경세포 말달부위에서 모노아민 수송체(transporter)를 통한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차단함으로써 시냅스 간극(synaptic cleft)내 이들 신경전달물질의 양과 활성도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세로토닌의 재흡수만을 차단하는 SSRI와 항우울효과를 비교한 연구들을 보면 대체로 기분증상을 포함한 일반적인 우울증상을 호전시키는 효과는 두 약물군 사이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병태생리 상 노르에피네프린과 관련되어 있는 통증과 피로의 개선정도는 SSRI에 비해 우수하다는 것이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 Fava 등의 연구에서도 둘록세틴은 다른 SSRI에 비해 정신운동지연을 포함한 신체증상을 보다 효과적으로 개선시키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Harada 등은 2700여명의 일본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피로 증상의 개선에 대한 둘록세틴의 효과 연구에서 둘록세틴이 사용 1주일 이내에 에너지 저하(정신운동지연)를 유의하게 호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고, 정신운동지연에 대한 초기 개선정도는 이후 둘록세틴의 우울증 치료효과에 있어 예측인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통증에 대한 둘록세틴의 효과를 연구한 논문들을 살펴보면 둘록세틴이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통증의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Fava 등이 발표한 다수의 메타분석과 사후검증 결과를 보면 둘록세틴은 통증과 기능적인 측면에서의 호전을 통해 우울증의 개선에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 Robinson 등은 경로분석을 통해 우울증 개선에 대한 둘록세틴의 효과는 우울증상의 개선에 의한 직접적인 효과가 16%인데 비해 통증의 호전을 통한 간접적인 효과가 41%로 훨씬 더 크고, 이런 결과는 SSRI에서는 관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우울증상에서의 통증 호전이 기분증상의 호전에 따른 이차적인 결과인지 혹은 둘록세틴에 의한 직접적인 효과인지를 검증한 연구에서도 약물치료 초기에 통증에 대한 접적인 효과가 75.3%로 나타나 통증에 대한 둘록세틴의 효과는 우울증상의 개선과는 무관하게 직접적인 효과로 나타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Sheehan disability scale(SDS)를 이용한 Manchini 등의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에서 둘록세틴의 사용에 따른 기능의 개선효과는 우울증상의 개선에 따른 효과가 39.2%, 통증의 개선에 따른 효과가 42%로 나났다. 이런 많은 임상연구들을 통해 둘록세틴이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통증의 개선과 이를 통한 우울증의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약하면, 통증과 피로와 같은 신체증상은 우울증에서 흔히 나타나지만, 약물치료의 효과를 떨어뜨리고, 재발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예후를 나쁘게 한다. 따라서, 우울증을 치료할 때는 일반적인 우울증상과 함께 신체증상도 중요한 치료의 목표가 되어야 하며, 둘록세틴은 이러한 신체증상의 치료에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되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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