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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의료계 태움 근절될까?

강제 조항 없어 효과미비 우려 · 의료계 배려와 존중 문화 확산 돼야
보건의료노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정착 위한 활동과 법제도 개선 활동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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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기 기자
기사입력 2019/07/17 [07:45]

【후생신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16일 시행됐다.

 

특히 의료계는 간호사들의 ‘태움’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태움은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에게 교육을 명목으로 가하는 정신적ㆍ육체적 괴롭힘을 의미한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명목은 교육이지만 실상은 과도한 인격 모독인 경우가 많아서 간호사 이직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법안은 작년 ‘땅콩 회항’, ‘양진호 사건’ 등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배경이 있다. 이와 더불어 병원 내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는 일명 '태움' 관행처럼 최근 직장에서의 괴롭힘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만들어졌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 지위나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할 때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과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해 취업규칙에 필수적으로 기재하고 사업장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작성·변경한 취업규칙을 법 시행 전에 신고하도록 했다. 취업규칙을 신고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병원을 비롯한 각 사업장(상시 근로자 10인 이상)은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 전까지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과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해 취업규칙에 필수적으로 반영하고 이를 사업장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신고해야 한다.

 

취업규칙에는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고충상담 ▲사건처리절차 ▲피해자 보호조치 ▲가해자 제재 ▲재발방지대책 등을 명시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로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함 ▲정당한 이유 없이 휴가나 병가, 각종 복지혜택 등을 쓰지 못하도록 압력 행사 ▲정당한 이유 없이 부서이동 또는 퇴사를 강요함 ▲신체적인 위협이나 폭력을 가함 ▲욕설이나 위협적인 말을 함 ▲다른 사람들 앞이나 온라인상에서 나에게 모욕감을 주는 언행을 함 ▲의사와 상관없이 음주·흡연·회식 참여를 강요함 ▲업무에 필요한 주요 비품(컴퓨터, 전화 등)을 주지 않거나, 인터넷·사내 네트워크 접속을 차단함 등을 제시했다.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정하고 금지하며 사업장 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응할 수 있는 기초적인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본 법안의 시행을 환영한다” 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 37조의 ‘업무상 질병’에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질병’이 포함된 것도 고무적으로 평가한다” 고 밝혔다.

 

그러나 현행법안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의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는 데에는 심각한 한계가 있다. 괴롭힘 사건의 조사 과정, 행위자에 대한 처벌,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 등을 모두 사용자에게 맡겨놓았으면서 사용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강제 조항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일한 사용자 처벌 조항은 신고인(피해 근로자)에게 해고 등의 불리한 처우를 하였을 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이 전부인 상황이다.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를 실시하는 주체도 사용자로 명시되어 있어서 괴롭힘 행위를 한 사람이 사용자일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도 존재한다.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에 ‘근로자’로 표기돼 있어서 간접고용 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가 함께 일하는 현장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보호도 법상으로는 어려운 현실이다.

 

실질적으로 사용자가 처음 취업 규칙 신고 이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아도 괴롭힘 사건을 신고한 당사자에게 불이익만 주지 않는다면 사용자를 구속할 별다른 방법이 없다.

 

구체적인 조사 절차와 괴롭힘 예방을 위한 규정도 없어 사용자는 형식적인 준비도 하지 않아도 된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경우 법 자체가 유명무실해져 피해자의 무력감만 키울 수 있다. 앞서 지적한 내용에 대한 법 개정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시행 이후 고용노동부의 면밀한 현장 실태 파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2019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건의료노동자 감정노동 수행정도 89.5%로 심각한 상황이다.

 

3만 6447명이 참가한 2019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69.2%가 폭언을 경험한 사례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폭행 경험 13%, 성폭력 피해 경험도 11.8%로 나타났다.


주요 직종별로 비교해 보면, ▲폭언 피해 경험은 간호사가 79%로 가장 높았고, 간호조무사 61.7%, 사무행정 원무 57%, 방사선사 51.3%, 임상병리사 45.4% 순으로 나타났다. ▲폭행 피해 경험도 간호사가 16.2%로 타직종에 비해 높았으며, 간호조무사 9.5%, 방사선사 6.2%, 사무행정 원무 4.5%, 임상병리사 2.1%로 나타났다. ▲성폭력의 피해 경험은 간호사 직종이 14.5%로 가장 높았으며 방사선사가 4.5%로 가장 낮았다.

 

한편, 폭력의 주된 가해자는 ▲폭언의 경우 환자가 68%로 가장 높았으며 보호자 53.6%, 의사 32.1%, 상급자 20.6% 순으로 조사되었다. ▲폭행의 경우도 주된 가해자는 환자로 86.6%이며 보호자가 18.4%, 상급자 3.9%, 동료 2.8%이다. ▲성폭력의 주된 가해자는 환자가 81.2%이며 보호자가 19.2%, 의사 9.7%, 상급자 5.6% 순이다.

 

하지만 폭언 폭행 성폭력의 피해 당사자들이 취하는 대응방식은 문제해결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소극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폭언 경험자의 82,3%, 폭행 경험자의 63.8%, 성폭력 경험자 74,3%가 주변의 아는 사람에게 하소연하는 것을 포함해 스스로 참고 넘겼다고 응답했으며, 병원내 노동조합이나 고충처리위원회 등을 통해 공식적인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는 응답자는 3%미만이었다.

 

또한 보건의료노동자가 근무도중 겪는 감정노동 또한 타 산업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근무도중 ▲나의감정을 억제하고 일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89.5%로 10명중 9명은 자신의 감정을 참으며 일하고 있었고 ▲퇴근 후에도 힘들었던 감정이 남아 있다는 응답자가 80.2%였다.

 

특히 ▲부당하거나 막무가내의 요구로 업무수행의 어려움이 있다는 응답자도 69.1%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감정노동이 심한데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공식적인 규정이나 절차가 있다는 응답은 31.4%에 불과했으며, ▲감정노동 대응 매뉴얼이 마련되어 있다는 응답자도 30.4%에 그쳤다.

 

주요 직종별 감정노동 소진도를 보면 타 직종에 비해 간호사가 감정노동을 더 심하게 겪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다른 직종보다 환자 및 보호자 대면 업무가 많은 간호조무사, 사무행정 원무직의 감정노동 수행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서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53.6%만이 긍정적인 답변을 하였으며, 오히려 ▲신체적·정신적으로 모두 지쳐있다는 응답이 70.6%로 나타났고, ▲집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응답자도 47.5%, ▲단순히 급여를 받기 위해서 일한다는 응답도 75.5%로 나타났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을 유지하지 못한 채 지치고 소진당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최근 의료기관내 폭력 발생의 심각성이 언론보도를 통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긴급하게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 발표하였지만 병원현실은 여전히 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는 사각지대임이 밝혀지고 있다” 며 “주취자의 응급실 폭력이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환자의 폭력이 직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현실에서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도 보장받을 수 없는 만큼, 의료기관내 폭력 예방과 대응을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정부 방침과 제도적 보완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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